'배터리 순환경제'와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의 부상[삼정KPMG CFO Lounge]

입력 2022-04-15 11:00  

이 기사는 04월 15일 11: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란 경제체계 내에서 자원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고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부각되면서 기업들은 자원을 사용한 뒤 버리는 직선적인 접근이 아니라 이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재활용하는 '자원 순환형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2030년~2035년 이후 내연기관 신차 출시 및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한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전기차 확산의 가속화가 예측되는 가운데,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른 폐배터리 규모 확대, 원재료 가격 증가 및 원재료 유치 경쟁 강화로 인해 배터리 순환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배터리 순환경제란?

배터리 순환경제는 폐배터리 내 금속을 추출하여 신규 배터리 제조에 활용 또는 판매하거나 폐배터리를 기존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재사용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 모델을 의미한다. 이때 '재활용'은 배터리를 셀 단위에서 분해 후 코발트, 리튬 등 희유금속을 추출해 신규 배터리 제조에 활용 또는 타 산업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원재료 비용을 절감하고 수급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벨기에의 유미코아(Umicore), 국내에서는 성일하이텍 등 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재사용'은 배터리 모듈이나 팩을 일부 개조하거나 형태 그대로 최초 사용 용도 외에 다른 용도(ESS, UPS 등)로 활용하는 방안으로, 모듈 및 셀을 해체하는 과정이 없어 안전할 뿐 아니라 추가 비용도 적어 완성차 및 배터리 업체들이 신규 비즈니스 모델로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와 정책 동향

글로벌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규모가 2025년부터 연평균 33%씩 성장해 2040년엔 573억 달러(약 68조원)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각국은 배터리 재활용 정책을 만들어가는 초입에 있다. 먼저 EU(유럽연합)에서는 폐기물 처리 지침(Directive 2006)에 포함된 배터리 지침의 한계를 개선한 새로운 배터리 규제안을 2020년 12월 발표했다. 미국 역시 배터리를 양질의 일자리 창출 유망산업이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핵심수단으로 인식하는 가운데 폐배터리 관련 인프라 및 기술개발에 투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편 중국은 2016년부터 적극적으로 국가 주도의 폐배터리 관련 법안을 만들어 한·중·일 가운데 가장 앞서 있다. 국내에서는 전기차 폐배터리는 재활용을 의무화할 수 있는 법안이 있는 반면, 소형 IT기기용 배터리의 경우 재활용 의무 법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 폐배터리 재사용의 경우 아직 국내외 시범사례가 없어 법규화가 진행 중이며 폐기된 이후 부분이 제도적으로 미흡한 상황이다.

배터리 순환경제 핵심 이슈 및 기업의 대응 전략

그렇다면 새롭게 부상하는 폐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모빌리티, 2차전지 제조·재활용, 기타 산업 내 기업별로 차이가 있지만 기업들이 직면하고 해결해야할 핵심 이슈로는 ①비즈니스 모델 수립, ②폐배터리 선점, ③재활용 기술 경쟁력 확보를 꼽을 수 있다.

먼저 모빌리티 기업의 경우 현대차는 전기차 폐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배치하여 에너지 네트워크와 통합하기 위해 로드맵 수립 후 ESS 실증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닛산은 스미토모(Sumitomo)와 합작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모듈을 지게차, 골프 카트 등 기계용 배터리로 재제조 후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고 있다. 폐배터리 선점의 경우 BMW는 소비자와 1:1 배터리 교환 프로젝트를, 현대차는 전기차 배터리 리스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테슬라와 폭스바겐은 재활용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배터리 소재의 회수율 제고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소재의 대량회수 기술 확보는 장기적으로 비용절감 측면에서 필수적이기 때문에 모빌리티 기업들은 자체 기술개발을 통해 배터리 제조 가격을 낮추고, 궁극적으로는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2차전지 제조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 KST모빌리티와 협업하여 10만㎞ 이상을 운행한 전기택시 배터리를 확보하고 이를 전기차 충전 ESS로 재제조하는 비즈니스를 실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원재료 추출 기술에 대한 양산성 검증을 진행하면서 BaaS(Battery as a Service) 및 BMR(Battery Metal Recycle) 사업모델을 세웠다. 이때 폐배터리 선점을 위해서 2차전지 기업들은 다양한 기업들과 리사이클링 협약 및 MOU(양해각서)를 맺어 전기차 폐배터리 수거경로를 다각화하고 있다. 또한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확보에도 총력을 다하고 있는데 스웨덴의 노스볼트(Northvolt), 중국의 CATL은 자체개발 및 기업인수를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확보하고, 합작사 설립 등을 통해 생산역량 규모를 키우며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건설이나 통신 인프라 등의 기업들도 폐배터리 순환경제 비즈니스에 생산자 또는 소비자로서 참여하고 있다. GS건설은 자회사인 에네르마를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진출했으며, 중국 차이나타워는 FAW, 둥펑, BYD 등 신에너지 자동차 기업들과 전략적 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폐배터리를 구매한 후 배터리 제조사에서 재제조하여 기지국 내 ESS로 재사용하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매출 확대 및 운영비 감축을 기대하는 것이다. LG화학, 바스프 등 화학 기업들도 재활용 기업, 원자재 기업 등과의 협업을 통해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부상하는 배터리 순환경제,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 방향

폐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 방향은 세 가지로 도출할 수 있다. 먼저 ESS, 원자재, 배터리 소재 시장에 집중하되, 각 사의 기존 핵심 역량을 고려하는 것이다. 현재 모빌리티 기업은 폐배터리를 활용해 ESS 시장으로 진출을 꾀하고 있고, 2차전지 관련 기업은 배터리 원재료나 소재 시장으로 진출하는데 이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핵심 역량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폐배터리 선점을 위해 폐배터리 대량 확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모빌리티 및 2차전지 기업의 경우 최초 배터리 판매 시 해당 폐배터리를 다시 회사의 자산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배터리 오너십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BMW와 같이 배터리 소유권을 개인이 보유하고 향후 회사가 재구매하는 방법부터 닛산, LG에너지솔루션처럼 리스를 통해 특정 회사가 배터리 소유권을 보유하거나 혹은 레드우드 머티리얼즈와 같이 B2B 파트너십을 통해 파트너사가 배터리 소유권을 공동으로 보유하는 방법 등 소유권에 따라 다양한 모델이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기술 상용화 시 주요 모멘텀에 주목해야 한다. 노스볼트는 2023년 재활용 물질 기반 배터리 생산을 선언했고, SK이노베이션은 2025년부터 해외 폐배터리 공장 가동을 목표로 본격적인 대량 양산 체제에 돌입할 전망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시장 선점을 위해 기술 상용화를 위한 마일스톤을 조기에 달성할 수 있는 기업별 전략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차질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자동차 업종에서 크게 나타났다. 공급망 관리에 대한 중요성 증가로 글로벌 배터리 생산량 1위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리튬 등 희토류 자원에 대한 공격적인 확보전에 나서고 있다. 올해 들어 중국은 리튬 삼각지대를 보유한 남미와의 밀착 외교를 실시하고, 희토류 기업 성허자원은 호주의 희토류 기업 피크레어어스(Peak Rare Earths) 지분인수도 추진 중이다. 배터리 제조사, 자동차 업체 모두가 리튬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뛰어든 가운데 앞으로 원재료 가격 증가 및 유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배터리 순환경제는 원재료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주목받을 것이며,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들의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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